주말

주말은 항상 순식간에 지나간다. 벌써 월요일이라니! 주중에는 시간이 어찌나 더디게 가는지...
이번 주에는 금요일엔 백종원 대패삼겹살 덮밥을 해먹었는데 제법 먹을만 했다. 백종원 레시피는 뭐든 중간은 하는 것 같아. 아가씨가 같이 먹고 싶어하길래 계란말이(를 빙자한 계란 부침) 좀 입에 쏙 넣어주고 같이 놀다 취침. 아가씨는 요즘 너무 늦게 잔다. 흑 11시는 넘어야 잘동 말동. 그것도 억지로 침대에 눕혀놔서 한번 소리지르고 울고 불고 한 다음에. 씻겨 놓으면 신나서 침대에서 춤추고 뒹굴거리고 흑흑 그러다가 어른들이 먼저 지치면 나가서 자기가 불 키고 놀고 ㅠㅠ 11시까진 괜찮은데 11시만 넘으면 신경이 예민해진다. 11시에 아가씨가 잠들어도 씻고 이것저것 준비하면 내가 자는 시간은 12시가 넘는단말이야 ㅠㅠ 게다가 아가씨는 아직도 중간에 한두번은 깬다. 흑 8시면 꿈나라라는 애들은 도대체 뉘집 애들이란 말인가... 부러워...
 토요일은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준비하고 시댁행. 시푸드 뷔페라는데를 갔는데 나름 괜찮아보였지만 회나 초밥을 빼면 다 튀김류여서 먹고 나니 속이 더부룩했다. 아가씨는 좀 먹다가 또 먹을 거로 장난치고 심심한지 계속 돌아다니고 그러다 좀 지치면 안아달라고 ㅠㅠ 다 먹고 마트에 가서 아가씨 과자랑 주스, 아가씨 물건등을 시부모님 찬스로 샀다. 아가씨가 돌아다니다 신발코너에서 미니 멜리사 가품처럼 생겼는데 불이 들어오는 샌들을 보고 좋아하자 시아버지께서 사주시겠다고, 다행히 사이즈가 없어서 못 샀다. 아버님. 쟤가 저보다 신발이 많아요 ㅠㅠ 시댁가서 난 쓰러질 것같아서 조금 쉬다가 나오니 아가씨가 벌거벗고 가디건만 걸치고 있는게 아닌가. 주스 먹다가 다 쏟았다고... 다행히 여분옷이 있어서 갈아입히고 과일 좀 먹고 시댁을 나섰다. 시아버님이 아가씨랑 안고 인사하다가 '뿅뿅아 할아버지랑 같이 살자' 이러시는데 가슴이 덜컹. 서...설마 그냥 하신 소리겠지? 아가씨 에너지를 감당하기엔 체력이 너무 비루해서 집에와서 뻗었는데 사촌오빠가 차일드 애플 책 준다고 해서 빈손으로 가기 좀 그래서 동네 제과점에서 롤케이크랑 조각 케이크 사고 오빠 만나서 책 받고 그러니 진짜 녹초가 되었다. 이 체력으로 애 둘을 어찌 키운담. 남편 체력은 더 못 믿겠고... 걱정이다 진짜.
 아가씨 밥만 차려주고 남편과 그냥 피자로 대충 때우고 씻고 떡실신.
 
 일요일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브런치 모임이 있었다. 아가씨 일어나서 밥 먹이고 남편은 맥모닝 먹겠다고 나가는데 우리 아가씨. 자기도 나가고 싶다며 대성통곡을 한다. 좀 가여운 마음도 생겨서 재빨리 머리 빗기고 헬멧이랑 씽씽카, 기저귀 가방 챙겨서 나갔다. 밖은 더운 것도 그렇지만 습도 때문인지 온 몸이 끈적끈적. 킥보드 타고 있으니 남편이 맥모닝 사들고 와서 아가씨 맡기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주차장 입구 찾느라 좀 헤매긴했지만 도착한 곳은 테라로사. 브런치 메뉴가 괜찮다며 광화문에서 직장생활하는 친구가 추천한 곳. 주말 점심. 커피향 가득한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엔 바쁜 기색이 없다. 넓은 접시에 타코와 샐러드, 볼에는 파스타를 받아서 여유있게 수다 삼매경을 떨다보니 아, 이런 삶은 정말 얼마만인가 싶었다. 난 혼자서도 잘 놀고 잘 다녀서 시간이 나면 혼자 이 일대를 잘 돌아다녔다. 시립 미술관도 가고, 하늘 공원도 가고... 카페도 가고... 그냥 이 여유가 너무나 그리웠다. ㅠㅠ 그래도 둘이 북작거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지고.. 친구들과 헤어져 집 근처에서 전화하니 동네 키즈카페라고. 키즈카페에 가니 다행인지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단다. 킥보드 한참 타고 들어와서 낮잠자고 깨서 이제 키즈카페 와서 리조또 시켜서 남편이 밥 먹이고 있었다. 예전보다는 키즈카페에서 제법 혼자서도 잘 노는 아가씨. 어른들에게도 음료 한잔 들이킬 여유를 준다. 좀 있으면 앉아서 보기만 해도 되겠다! 동네 키즈카페여서 규모가 그닥 크지 않아 한두명정도 탈 수 있는 트렘폴린에 아가씨가 뛰고 있을 때 아가씨보다 좀 큰 여자아이가 와서 자기꺼라면서 얼굴을 확 쳤다. 난 그 장면을 못 봤는데 갑자기 남편이 정색하면서 그 아이에게 화내서 보니 때렸다고 ㅠㅠ 낯선 사람들에겐 감정표현을 거의 안 하는 아가씨는 그냥 멍 때리고 있더라. 흑 앞으로 아가씨가 어린이집에 가고 유치원가고 그러면 친구들끼리 저런 문제가 많을 텐데 어떻게 잘 대처해야할지 고민할 순간이 온 것같다. 키즈카페에서 놀고 밑에 마트에서 백숙할 영계사다가 집에 와서 백숙을 했다. 고기 잘게 잘라주고 찹쌀밥 주고 소금 살짝 뿌려주니 제법 잘 먹는다. 마지막에 닭죽까지 세 식구 배부르게 먹고 놀고 청소하다가 씻고 또 취침.

 늘 반복되는 삶이고 힘들지만 그래도 아가씨가 잘 커주는 것같아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뱃 속의 아이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니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아가씨가 짜증내고 투정부리고 화낼때마다 울컥울컥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자라준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앞으로도 부디 건강하게 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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