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주말은 항상 순식간에 지나간다. 벌써 월요일이라니! 주중에는 시간이 어찌나 더디게 가는지...
이번 주에는 금요일엔 백종원 대패삼겹살 덮밥을 해먹었는데 제법 먹을만 했다. 백종원 레시피는 뭐든 중간은 하는 것 같아. 아가씨가 같이 먹고 싶어하길래 계란말이(를 빙자한 계란 부침) 좀 입에 쏙 넣어주고 같이 놀다 취침. 아가씨는 요즘 너무 늦게 잔다. 흑 11시는 넘어야 잘동 말동. 그것도 억지로 침대에 눕혀놔서 한번 소리지르고 울고 불고 한 다음에. 씻겨 놓으면 신나서 침대에서 춤추고 뒹굴거리고 흑흑 그러다가 어른들이 먼저 지치면 나가서 자기가 불 키고 놀고 ㅠㅠ 11시까진 괜찮은데 11시만 넘으면 신경이 예민해진다. 11시에 아가씨가 잠들어도 씻고 이것저것 준비하면 내가 자는 시간은 12시가 넘는단말이야 ㅠㅠ 게다가 아가씨는 아직도 중간에 한두번은 깬다. 흑 8시면 꿈나라라는 애들은 도대체 뉘집 애들이란 말인가... 부러워...
 토요일은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준비하고 시댁행. 시푸드 뷔페라는데를 갔는데 나름 괜찮아보였지만 회나 초밥을 빼면 다 튀김류여서 먹고 나니 속이 더부룩했다. 아가씨는 좀 먹다가 또 먹을 거로 장난치고 심심한지 계속 돌아다니고 그러다 좀 지치면 안아달라고 ㅠㅠ 다 먹고 마트에 가서 아가씨 과자랑 주스, 아가씨 물건등을 시부모님 찬스로 샀다. 아가씨가 돌아다니다 신발코너에서 미니 멜리사 가품처럼 생겼는데 불이 들어오는 샌들을 보고 좋아하자 시아버지께서 사주시겠다고, 다행히 사이즈가 없어서 못 샀다. 아버님. 쟤가 저보다 신발이 많아요 ㅠㅠ 시댁가서 난 쓰러질 것같아서 조금 쉬다가 나오니 아가씨가 벌거벗고 가디건만 걸치고 있는게 아닌가. 주스 먹다가 다 쏟았다고... 다행히 여분옷이 있어서 갈아입히고 과일 좀 먹고 시댁을 나섰다. 시아버님이 아가씨랑 안고 인사하다가 '뿅뿅아 할아버지랑 같이 살자' 이러시는데 가슴이 덜컹. 서...설마 그냥 하신 소리겠지? 아가씨 에너지를 감당하기엔 체력이 너무 비루해서 집에와서 뻗었는데 사촌오빠가 차일드 애플 책 준다고 해서 빈손으로 가기 좀 그래서 동네 제과점에서 롤케이크랑 조각 케이크 사고 오빠 만나서 책 받고 그러니 진짜 녹초가 되었다. 이 체력으로 애 둘을 어찌 키운담. 남편 체력은 더 못 믿겠고... 걱정이다 진짜.
 아가씨 밥만 차려주고 남편과 그냥 피자로 대충 때우고 씻고 떡실신.
 
 일요일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브런치 모임이 있었다. 아가씨 일어나서 밥 먹이고 남편은 맥모닝 먹겠다고 나가는데 우리 아가씨. 자기도 나가고 싶다며 대성통곡을 한다. 좀 가여운 마음도 생겨서 재빨리 머리 빗기고 헬멧이랑 씽씽카, 기저귀 가방 챙겨서 나갔다. 밖은 더운 것도 그렇지만 습도 때문인지 온 몸이 끈적끈적. 킥보드 타고 있으니 남편이 맥모닝 사들고 와서 아가씨 맡기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주차장 입구 찾느라 좀 헤매긴했지만 도착한 곳은 테라로사. 브런치 메뉴가 괜찮다며 광화문에서 직장생활하는 친구가 추천한 곳. 주말 점심. 커피향 가득한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엔 바쁜 기색이 없다. 넓은 접시에 타코와 샐러드, 볼에는 파스타를 받아서 여유있게 수다 삼매경을 떨다보니 아, 이런 삶은 정말 얼마만인가 싶었다. 난 혼자서도 잘 놀고 잘 다녀서 시간이 나면 혼자 이 일대를 잘 돌아다녔다. 시립 미술관도 가고, 하늘 공원도 가고... 카페도 가고... 그냥 이 여유가 너무나 그리웠다. ㅠㅠ 그래도 둘이 북작거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지고.. 친구들과 헤어져 집 근처에서 전화하니 동네 키즈카페라고. 키즈카페에 가니 다행인지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단다. 킥보드 한참 타고 들어와서 낮잠자고 깨서 이제 키즈카페 와서 리조또 시켜서 남편이 밥 먹이고 있었다. 예전보다는 키즈카페에서 제법 혼자서도 잘 노는 아가씨. 어른들에게도 음료 한잔 들이킬 여유를 준다. 좀 있으면 앉아서 보기만 해도 되겠다! 동네 키즈카페여서 규모가 그닥 크지 않아 한두명정도 탈 수 있는 트렘폴린에 아가씨가 뛰고 있을 때 아가씨보다 좀 큰 여자아이가 와서 자기꺼라면서 얼굴을 확 쳤다. 난 그 장면을 못 봤는데 갑자기 남편이 정색하면서 그 아이에게 화내서 보니 때렸다고 ㅠㅠ 낯선 사람들에겐 감정표현을 거의 안 하는 아가씨는 그냥 멍 때리고 있더라. 흑 앞으로 아가씨가 어린이집에 가고 유치원가고 그러면 친구들끼리 저런 문제가 많을 텐데 어떻게 잘 대처해야할지 고민할 순간이 온 것같다. 키즈카페에서 놀고 밑에 마트에서 백숙할 영계사다가 집에 와서 백숙을 했다. 고기 잘게 잘라주고 찹쌀밥 주고 소금 살짝 뿌려주니 제법 잘 먹는다. 마지막에 닭죽까지 세 식구 배부르게 먹고 놀고 청소하다가 씻고 또 취침.

 늘 반복되는 삶이고 힘들지만 그래도 아가씨가 잘 커주는 것같아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뱃 속의 아이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니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아가씨가 짜증내고 투정부리고 화낼때마다 울컥울컥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자라준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앞으로도 부디 건강하게 커주길.

2주 있으면 700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다니! 2년전 신생아였던 아가씨를 재우겠다고 베란다를 왔다 갔다하던게 엊그제같은데!!!
아가씨는 요즘 말이 부쩍 늘어서 같이 나름 대화라는 것도 하고 있다. 저번에 회식이 있어서 친정어머니가 아가씨를 데리고 아파트 단지 산책하고 있는데 아가씨가 할머니 손 안 잡고 혼자 가겠다며 도도도 달려가다 철퍼덕 넘어졌다고 한다. 깜짝 놀라서 달려가니 아가씨가 울면서 '할머이 엉엉 뿅뿅이가 아프다 엉엉 눈물, 눈물이 난다 엉엉 눈물 딲아줘 엉엉' 이러고 있어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셨다고. 이제 의사표현도 제법 해서 기저귀가 아프다고 짜증내길래 평상시처럼 '기저귀 안 차면 축축해서 안 되요~ 하고 있어야 해' 그러고 혹시 엉덩이에 끼었는지 한번 손 넣어서 빼줬는데도 계속 짜증내면서 기저귀 벗으려고 해서 안 된다고 하니 성질내면서 방에 들어가 새 기저귀를 들고 오더니 '따른 기저귀 따른 기저귀' 하는 것이 아닌가. 뭔가 이상해서 기저귀 벗기고 자세히 보니 아래쪽에 정말 가는 머리카락 한 올이 (아마 아가씨것으로 추정). 우리 아가씨 예민하구나. 이제 아가씨가 하는 말에 좀 더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말도 안 되는 걸로 떼쓰고 짜증내긴 하지만 울음끝이 짧고 대부분 설명해주면 알아듣는지 진정하곤 한다. 아가씨앞에서 말 조심, 말조심 해야겠다.

 요즘 아무래도 많이 더우니 에어컨을 틀게 되는데 아가씨는 에어컨 트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저번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고 떼써서 아빠랑 같이 거실로 나가서 불 켜달라고 짜증부리는 걸 에어컨 틀어줄테니까 같이 방에 들어가자고 꼬셔서 데리고 들어왔다. 문제는 요즘 아가씨수면 패턴이 안방에서 에어컨틀고 침대에 나와 남편이 누워있으면 그 사이에서 춤도 추고 '준서 동영상'-트니트니에서 같이 다니는 친구와 찍은 동영상- 보여 달라고 땡깡부리다 뒹굴뒹굴하다 잠드는 것인데, 안방침대는 너무 높고 가드도 없어서 아가씨가 자기엔 너무 위험하다. 대부분 잠든 아가씨를 침대에 옮겨놓긴 하는데 중간에 한번 깨면 다시 '엄마 아빠 침대' 하면서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서 ㅠㅠ 안방침대는 양쪽 사이드테이블이 붙어 있는 디자인이라서 싱글 침대 붙여 쓰기도 애매하다. 흑 이를 어쩌나. 라텍스 토퍼 붙이기도 애매하고 그냥 사이드테이블 넓이에 판떼기같은걸 주문제작해서 거기다 요 피고 잘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자기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고민 중.

 아~주 한참 전에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킥보드도 제법 타는데 헬멧쓰고 킥보드 탄다고 낑낑거리고 있으면 정말 귀여워 죽겠다. ㅠㅠ 아직은 방향전환을 못 해서 '씽씽카,씽씽카' 소리지르다 막상 타러 가면 한 5분 타다 유모차 타거나 걸어다닌다. 덕분에 짐은 두 배로ㅠㅠ 엄마 힘들다 이 녀석아 ㅠㅠ

 요즘 같은 침대에서 자니 자기 전에 뒹굴뒹굴하면서 다리를 문질문질해주는데 발을 만지니 발의 뼈가 만져졌다. 발등에 살이 도톰하게올라와 토실토실 말랑말랑했던게 기억이 나서 뭔가 감개무량했다. 아가씨는 조금씩 조금씩 커가는데 그걸 잘 모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 시간들, 소중한 모습들 부디 오래오래 기억속에 남아있기를...

워킹맘은 슬프지만...

나는 출근이 이른 편이다. 시간 자체도 이르지만 막히는게 싫어서 좀 일찍 나가다 보니 7시 이전에 나가는데, 그러다보니 내가 나갈 때 대부분은 아가씨는 자고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내가 나갈 때쯤 아가씨가 몇번 깼다. 거실에서 나갈 준비하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부스스한 얼굴의 아가씨가 애착 수건을 양 팔에 끼고 총총 걸어나왔다. 마음은 덜컹 했지만 급한데로 안고 토닥토닥해주고 '더 안 잘꺼야' 하니 '아니 아니' 하며 쫄쫄 따라왔다. 남편 깨워서 일단 거실로 보내고 주스 가는데 아가씨가 '주스 주스' 하길래 '아니야 이건 아빠꺼'하니 '**이꺼 아니야아~ 아빠 쥬스으~!' 하며 총총거리더니 지도 잠이 덜 깼는지 부엌 바닥에서 수건 껴안고 뒹글뒹굴. 재빨리 나가려고 했는데 들켰다. 안전문 붙들고 '엄마 엄마' 하면서 울는 아가씨에게 '얼른 다녀 올께' 인사를 건내며 재빨리 나왔는데 닫힌 문 뒤로 들리는 울음소리에 마음이 덜컹. 그날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일어나기 힘들긴 하지만 출근시간이 일러서 다행이었던걸까. 매일같이 저렇게 우는 아이를 두고 나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리다. 아직도 뻘건 얼굴로 온 몸으로 울던 아가씨가 어른거리면 눈물이 날 것같다. 이런 말을 친정어머니에게 하니 한 몇년만 참으면 괜찮다고, 사촌언니도, 엄마 친구 딸들도 다 그 시기를 못 버텨서 그만두고 나중에 후회한다고 위로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불편하다. 그런 만큼 함께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이라도 아가씨한테 최선을 다 해야하는데... 맨날 핸드폰이나 보고 싶어하고 말이지. 반성해야돼. ㅠㅠ

 요즘 아가씨는 왠만한 말은 다 하는데 너무너무 귀엽다. 아직 말이 익숙하지 않으니까 항상 문장 마지막을 하이톤으로 올려서 말하는데 너무 귀여움. 저번엔 차 타고 가는데 '안던베뜨 하자아'그래서 뭔가 했더니 안전벨트 하라고. 가끔 내 차 운전석에 앉혀놓고 핸들 돌리고 놀게 해주는데 엊그제는 운전석에서 놀다가 '출바알 출바알?'하면서 나를 멀끔히 쳐다본다. 왜 그런가 했더니 자기도 나처럼 그 자리에 앉으면 차가 움직일 줄 알았나보다. 아이고. 이 녀석. 사고치지 않게 단단히 교육시켜야겠다. 요즘은 자기가 하다 잘 안 되면 '엄마 도와도'하면서 손을 내민다. 침대에서 점프하며 놀때 손 잡아 달라고 하는데 힘들어서 반쯤 앉아서 잡아 줬더니 '엄마 서서' 라며 화낸다. 흑흑 알 건 다아는구나. 집에 거실에는 크림하우스 두꺼운 매트로 깔아놨지만 복도쪽은 매트를 깔 수 없으니 그냥 맨 바닥인데 거기를 하도 도도도 거리며 (나한테나 도도도지 사실은 쿵쿵쿵) 뛰어다녀서 아랫집 아저씨가 어흥한다고 몇번 얼렀더니 어제는 '뛰면 안돼에! 아-집 아저씨 혼나아 걸어야해에!'하면서 나름 조용히 걸어다니려고 노력하더라. 아랫집한테는 항상 죄송하다. 흑흑

 평생할 효도 태어나서 3년동안 다 한다더니 요즘 넘넘 귀엽당. 예전엔 외모적으로 귀여웠다면 요즘은 하는 짓이 귀여워서 죽겠다. 물론 떼는 쓰지만 여러번 강조하면 나름 들을 땐 듣고 (물론 안 들을때도 많지만) 마트가서도 카트에 얌전히 앉아있고 외식때도 좀 더 수월해졌다. 앉아서 버티는 시간이 길어졌고 먹을 수 있는 것도 늘고... 아.. 이제 좀 살만한데 말이지 둘째 태어나면 모든게 또 도돌이표(+ 알파)라고 생각하니 정말 괴롭구나. 그래도 그래도 한 20년뒤에 이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할 그럴 시기가 오겠지?

쉬는 날도 바쁘게

쉬는 날마다 바깥 활동하느라 죽을 맛이다. 근데 안 나가면 또 안 나가는데로 시간이 너무 안 가고 책 읽어주고 같이 블록 놀이하고 주방놀이 좀 하고 그래도 시간이 너무 안 가서 나가는게 차라라 낫다.
 일요일에는 남편이 회사 나가느라 독박 육아 당첨. 11시쯤 아빠와 함께 나간 아가씨는 주차장으로 사라지는 아빠를 보며 '가치!가치! 가치 가-자!'를 외쳤으나 오늘 넌 어쩔 수 없이 엄마와 단 둘이 놀아야한단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커피 한잔 마시는 불량 임산부로 오늘하루 카페인과 당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같아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카페라떼에 시럽 세펌프 넣고 아가씨는 망고주스 입에 물리고 하루 일정 시작. 장미공원에 가볼까 했으나 홀몸이면 몰라도 임산부가 유모차 끌고 갈 거리는 아닌것같아 깨끗히 포기하고 땡볕을 피하러 한성백제박물관에 들어갔다. 여기 정말 좋다. 일단 공짜(제일 중요!)고 로비도 넓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수유실도 있다. 게다가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사람도 거의 없다. 앉아서 쉴 때도 많고 넘넘 좋지만 아가씨와 계속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더니 벌써부터 피곤. 계단 올라가면서 편평한 곳이 나온뒤 또 계단이 나오면 '또 있-네?'하는데 진짜 귀엽다. 아휴 기념품샵에서 공 하나 쥐어주고 나와서 올림픽 공원 산책. 날씨는 정말 아름다웠지만 하늘을 바라본 것은 나온지 한참뒤로 아가씨 수발드느라 고개 들 여유도 없었다. 하하 한참 뛰어다니고 난간에서 한번 구르고 -다행히 안 다침- 그 다음부터 따라다니면서 조심하라고 잔소리했더니 '엄마 가. 엄마 가' 이러고 쫒아낸다. 불효녀야 ㅠㅠ 응가도 한번 해서 기저귀 갈고 풀밭있는데 가서 밥 좀 먹이려고 했더니 역시나 안 먹고 돌아다니려고 한다. 돌아다니는 아가씨를 따라다니면서 볶음밥 먹이고 -육아서적에는 이러지 말라고 하는데 이미 난 틀렸어...- 쨍쨍한 날씨에 고무 샌달신고 흙바닥 돌아다니니 발바닥에 땀과 흙먼지가 콜라보되면서 아주 안 좋은 상태가 되었다. 게다가 골반도 아파오기 시작해서 아가씨에게 집에 가자고 했으나 당연히 거부. 그 와중에 아이들 여럿 데리고 온 집이 있었는데 그 집 돗자리 옆에 가서 장난감 보며 멍하니 서있어서 좀 불쌍했다. 엄마가 장난감도 잘 안 사주고 그래서 미안해 ㅠㅠ 근데 너 장난감 사주면 하루 놀고 땡이잖아. 어쨋든 시니어 놀이터가서 또 노는데 자꾸 위험한 장난해서 못 하게 했더니 '엄마 가. 엄마 가. 엄마 가아아아!'라고 소리지른다 ㅠㅠ (내가) 삐져서 저기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는데 엄마 안 찾고 한참을 노네. 어디서 이런 독립적인 아가씨가... 결국 자빠지긴 했지만... 아가씨는 해질 때까지 놀 기세였지만 내가 정말 쓰러질 것같고 골반도 너무 아파서 애걸복걸하면서 끌고 나왔다. 아가씨는 놀이터에서 놀고싶다고 소리 한번 지르고 호돌이 보고 싶다고 '곰''곰' '보러-가자아' 소리지르다 결국 울었다 ㅠㅠ 그래도 차근차근 이야기해주니 울음 끝 짧은 아가씨는 순순히 집으로 돌아왔고... 흙먼지속에 뒹굴었으니 샤워 시키고 물 좀 먹이고 잘까, 기대했는데 자지도 않고 또 논다. 저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래소 한 1시간 놀다 떡실신하긴 했다. 휴...이 날의 피로는 화요일까지 갔다. 흑흑 노구를 이끌고 다니려니 너무 힘들구나.

 어제는 아가씨가 트니트니가는 날이었는데 트니트니 시간이 3시 20분으로 좀 애매하다. 결국 낮잠 못 잔 아가씨는 7시 반까지 자고 밤 11시 반이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 전에 엄마는 안방에서, 아빠는 거실에서 이미 가수면상태. 누워있다 깜박 잠이 들었는데 침대에 아가씨가 사라져 깜짝 놀라 거실로 나가보니 소파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ㅎㅎ 귀여운 자식.

 요즘 아가씨가 '시러' 소리를 달고 살아서 걱정이다. 싫다는 의사가 생긴건 좋은데 사람들에게 자꾸 싫다그래서 걱정. 아니 사실 내가 상처받는다 ㅠㅠ 퇴근하면 친정어머니와 시터이모님이 아가씨와 놀고 있는데 어른 둘이 둥가둥가해주니 의기양양해진 아가씨는 날 보자마자 '엄마 시러. 엄마 가' 라고 ㅠㅠ 이모님만 계시거나 친정어머니만 계시면 안 그러는데 할머니 둘이 어화둥둥해주니 그게 그리도 좋은가보다. 그리고 친정어머니한텐 안 그러는데 시부모님에게도 자꾸 '할머니 시러' 그래서 너무 민망하다. 아가씨에게 정말 잘 해주시는데... 아가씨 용으로 국도 따로 만드시고 아가씨 반찬도 챙겨주시고 갈 때마다 과자에 주스에 한아름 안겨주시고 두분이서 물고 빨고 이뻐하시는데 아가씨가 '시러. 시러'이러고 있으니 ㅠㅠ 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래도 아가씨 보고 싶어서 빨리 왔는데 아가씨가 '엄마 시러' 그러는데 몇번을 그러니 눈물이 나고 아가씨가 미운 마음까지 생겼다. 흑. 미숙한 엄마라 미안.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어쩌겠니. 니 엄마는 나인걸. 맞벌이 인생이지만 확실히 전업주부가 키운 아이들이 더 정서적으로 안정적일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에구 인생사 기브 앤 테이크인걸.

5월은 가정의 달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주말마다 바쁘게 지내고 있다.
토요일에는 사촌 결혼식이 있었다. 아가씨에겐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보던 사촌조카들을 만날 기회. 볼살 통통한 아가들이었는데 벌써 쑥 커서 유치원, 초등학생이 되어 깜짝 놀랐다. 그렇게 '언니야!'를 외쳐대더니 막상 만나니 얼음. 사촌조카들도 어색한지 도망쳐다니고. 어쨌든 인사하고 식장에 들어갔다. 신부입장때까지는 박수도 치고 잘 버티더니 역시 나가자고 소리질러서 밖에 데리고 다니느라고 결혼식은 거의 못 봤다. 식사는 코스요리였는데 아가씨는 빵도 잘 안 먹음 ㅠㅠ 단호박스프는 '싫대'이러며 소리질러대다 '저기봐. 언니들은 저렇게 잘 먹잖아. 엄청 맛있대'하니 유심히 언니들을 보다 입을 연다. 그러더니 꽤 잘 받아먹었다. 거봐. 한입 먹으면 먹을 만 하다니까. 코스요리는 사실 별로 맛은 없었.... 커피마시고 디저트 먹는 담소시간에 나가자고 난리치는 아가씨와 사촌조카들을 데리고 식장 로비를 쏘다녔다. 아까는 어색한지 데면데면하더니 갑자기 조카들은 아가씨를 껴앉고 난리가 났다. 아가씨는 놀랐는지 얼음상태. 근데 문제는 조카들이 어리니까 힘 조절이 안 되서 ㅠㅠ 목이 졸리질 않나 떨어지질 않나... 결국 아기 아야하니까 안 된다고 저지했다. 그래도 아가씨와 조카들이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귀여웠다.
 저녁때는 동기가 청첩장준다고 해서 동기모임을 갔다. 정신없이 수다떨고 돌아와서 아가씨랑 떡실신.

일요일에는 시댁모임이 있었다. 좀 일찍 가서 로비를 방황하며 사진 좀 찍고 했는데 아가씨는 컨디션이 안 좋은 지 뚱. 안고 사진찍으려고 해도 '싫대 싫대' 그러고 ㅠㅠ 시부모님과 만나서 어머님, 아버님은 아가씨가 이뻐서 어쩔 줄 모르시는데 아가씨는 뚱. 할아버지가 안으려고하니까 싫다고 소리지르고 ㅠㅠ 민망해서 죽는 줄. 결국 아버님이 환심을 사기위해 베이커리에서 단 빵을 사서 아가씨에게 뜯어주니 야금야금 받아먹으면서 좀 친해지는 듯? 부페에서는 그럭저럭 먹었지만 먹는걸로 계속 장난쳐서 민망 ㅠㅠ 그래도 나름 오래 앉아 있어서 양갈비며 회며 랍스터며 이것저것 잘 먹었다. 중반부터는 눈이 하트로 변한 시부모님이 아가씨를 끼고 이것저것 가져다 먹이고 계셔서 난 편하게 디저트도 먹고 ㅎㅎㅎ 아버님이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것같아 커피숍으로 향했다. 배도 부른 아가씨는 당연히 로비 여기저기 뛰어다녀서 따라다니느라 녹초가 ㅠㅠ  그 와중에 응아도 하심. 아버님은 아가씨가 너무 이뻐서 같이 놀고 싶어하시는데 그 마음도 모르는 아가씨는 아빠한테만 들러붙는다. 좀 서운해하신 것같다 ㅠㅠ 아가씨먹으라고 베이커리에서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무려 홀케이크에다 빵도 한가득 안겨주셨는데... 부페에서 우리 뒤에도 3대가 온 집이 있었는데 그 집안에 어린애들은 어찌나 조용한지. 소리도 안 지르고 돌아다니지도 않고 그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고, 심지어 아가씨보다 어린 애도 있는데! 아가씨는 뛰어다니고 그러진 않았지만 먹을 거로 장난치고 내려달라고 난리치고 다행히 돌아다닐땐 손 잡고 조용히 돌아다녔지만... 막 그러니 뭔가 내가 교육 잘못시킨것같고 그랬다 ㅠㅠ 그래도 시부모님은 아가씨가 뭘해도 이쁘신 듯 '애가 기가 살아있네 허허허'라며 좋아하시고...
 배는 부르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니 친정어머니가 아가씨 저녁 먹여주신다고. 올레를 외치며 딥슬립에 빠졌다. 아아 주말마다 너무 힘들어 ㅠㅠ 주말 내내 영양과다상태였는데 이번 주에도 먹을 복이 터졌는지 살 엄청 찔 것같다. 흑흑 찌면 안 되는데 ㅠㅠ

 다음 주에도 행사다. 맛있는거 먹으니 좋긴 하지만 역시 가정의 달은 힘들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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